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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더 번” 장애인의 삶, 생존의 아이러니
작성자김진원 작성일25-09-10 11:15 조회수63

한국 사회의 복지제도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자격을 부여하고, 생계비와 의료급여 등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된 장애인들이 일반적인 장애인보다 더안정적으로 삶을 이어가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의 취지가 오히려 수급에서 벗어난 장애인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매달 일정액의 생계급여가 지급되고, 의료비는 거의 전액 지원된다. 주거급여나 교육급여도 받을 수 있다. , 극단적인 빈곤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사회가 최소한의 기본을 보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기준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수급 조건에서 초과된사람들이다. 소득이나 재산이 조건에서 아주 조금 초과된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살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환경 속에 놓여있다. 말하자면, 한 푼이라도 더 벌면 오히려 복지 혜택이 사라져 삶이 더 힘들어지는 기묘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 장애인 당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고 싶어요. 수급자가 아니면 모든 걸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데, 현실은 벌어도 모자라거든요. 병원비 한번 나오면 월급은 다 사라져요.“ 이 말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한국 복지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는 절규다. 복지의 안전망이 모두를 지켜주지 못하고, 어떤 이들에겐 오히려 벽이 되어버리는 상황, 이보다 더 모순적인 사회가 있을까.


차라리 수급자가 낫다라는 말이 나오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장애인이 자립하려는 노력을 할수록 불안정해진다면, 우리는 복지국가라 부를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포용적인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기초생활이라는 이름의 벽을 넘어, 그 벽에 걸린 수많은 평범한 장애인들의 삶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안정성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제도의 안전망 속에서 하루를 이어가지만, 그 바로 위에 선 평범한 장애인들은 안정성을 상실한 채 살아간다. 복지의 아이러니 속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하루를 버티고, 또 누군가는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무너지고 있다. 더 이상 장애인의 삶이 제도의 계산법에 갇혀서는 안 된다. 복지는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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